보증금 높아도 낮은 월세 선호하는 세입자 노렸다

보증금 높아도 낮은 월세 선호하는 세입자 노렸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속여 2중 계약...붙잡아도 배상액 턱없이 낮아

(사진=이형탁 기자)

 


강모(61)씨는 2013년 1월부터 올 8월까지 창원의 한 오피스텔에 대해 전세보증금 4천 500만 원에 월 35만 원의 계약을 맺어왔다.

그러다 지난 8월 중순쯤 강 씨는 오피스텔 소유자에게 "월세 70만 원이 입금이 안 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강 씨는 "한 번도 밀리지 않고 매달 35만 원씩 입금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오피스텔 소유자는 "보증금 500만 원/월세 70만 원 아니냐"고 반문했다.

50억 원을 갖고 해외로 도주한 공인중개사 A(56)씨의 '이중계약' 사기극이 드러난 순간이다.

A씨는 강씨와 같은 임차인들에게 4~9천만 원씩 보증금을 비교적 높게 잡고 월세를 낮게 매기는 방식을 택했다. 월세를 많이 내는 것보다 보증금을 많이 걸기를 원하는 임차인들을 겨냥한 것이다.

반면 임대인들에게는 보증금을 낮게 잡고 월세를 높여 월세를 많이 받고 싶어하는 임대인을 충족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임차인은 돌려받아야 하는 전세보증금을 떼이게 됐고, 임대인은 계약했던 월세를 더 이상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21일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자만 150여 명, 피해액은 50억을 넘었다.

그러나 해외로 달아난 공인중개사 A씨를 경찰이 잡더라도 오피스텔 피해자들이 거액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법원의 배상판결을 받아도 공인중개사 A씨는 경제적으로 파탄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중개사고는 임차인에게 받은 보증금을 유용해 돌려막다 더이상 버티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잦은 중개사고로 임차인들의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공제규정(공인중개사법 제30조)을 두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 배상 금액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경남지부 관계자는 "중개업소가 가입한 공제회에서 받을 수 있는 배상금액은 사고 건수에 상관없이 업소당 연간 1억원이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중개사고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12년 2월 ‘1인당 배상한도 1억원’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공인중개사의 업무 및 부동산거래신고에 관한 법률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지만 철회했다.

경남도청은 "개인 간의 거래로 생긴 피해이기 때문에 피해자들에 대한 피해보상 방법이 없다"며 "중개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중개업자에 대한 윤리교육 등을 집중적으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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